올해의 끝자락

새로운 포부로 당당히
걸어온 새해 첫 달

어느새 올해도 끝 언저리에
망연히 서 있다

꿈이나 소망은
모퉁이에 밀어둔 채
매일을 살아가기 급급했다

하얀 백지 위의 첫 내디딤은
설렘에 떨고 추위에 떨고
조금은 힘겨웠지만

특별한 일 없이
무탈하게 살아온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사랑의 시작이
애틋한 연민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자잘함까지도
배려해주는 넉넉함이
있어야 하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보이는 화려한 모습보다
보이고 싶지 않은
남루함까지도 아껴줄 수
있어야 하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자신이 초라해지더라도
상대방이 근사 해지는
일이라면 바람처럼
허허로워지리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마음을 비우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 될지라도
기꺼이 함께 해야 하리라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그리움을 쌓아가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별을 쓸쓸히 품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떠나는 자들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일이다

오래오래 잊지 않고
기억해 주면서

한 생을 접는 일은
축복은 아닐지라도
거룩한 일인 것이다

겨울 풍경

난로의 훈훈한 열기로
습기 가득한 창 밖은
스산하지만 따스하다

겨울 풍경은 멀리서
바라보기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문 열고
나서면 인내가 필요한
기쁨이 기다린다

그냥 얻어지는 기쁨보다
더 의미 있고 값지다

누군가의 따스한 체온으로도
시린 가슴을 데울 수 있는
계절이라서 혼자보단
함께여서 다행이다


허술한 나

단단했던 어제의 나와는
한 끗 차이로 달라진
허술한 나를 만난다

현실은 슬프지만
이성은 인정한다

생각과는 다른 언어들이
불쑥 튀어나올 때

핸드폰을 집에 두고
출근을 하고는
뒤늦게야 깨달을 때

자신이 너무 낯설다
언젠가는 이것도
익숙해지겠지

나이 들어간다는 건 많은 걸
놓아버리게 한다

잘 늙어가고 싶은데
이것마저 희망사항일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