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그리운 당신
밤새 창가에서
서성이다 가셨나요

혹여 잠을 깨울까
맘 자락 사그락 거리며
순백의 고운 흔적만
남겨주셨나요

그리운 당신
보고프면 그냥 보고픈
대로 남겨두는 것이
더 아름답겠지요 

송이송이 하얀 꿈이
온 세상을 노크하면
가난한 시인은
가슴에 눈꽃을 피운다

점점 더 삭막하고 이기적인
쓸쓸한 세상이 되어가지만

누군가를 위해
내 마음 한 조각
기쁨으로 나누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그만 나눔 하나가
따스한 생명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추운 겨울날 자신보다
주위를 살필 줄 아는
고운 마음 하나 건네고 싶다

소나무 솔솔 마다
떨리게 하는 건

성긴 눈바람이련가
계절의 무관심이련가

나를 흔들어 놓는 건
나를 먹먹하게 하는 건

걸쭉한 에릭 클랩튼의 

목소리련가 
휘몰아치는 눈꽃이련가

아버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능소화의 슬픈 전설이
자꾸만 생각난다

우리는 평생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늙어가야 하는가

하얗게 쌓인 눈을
겨울비가 살포시
지르밟습니다

왔다간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한 것이

당신의 존재마저
사라지게 한 결과라니

그게 슬퍼서 처량히 도
울다가 가려나 봅니다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감사할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너무 슬퍼 보여서
말할 수가 없으니

눈도 오고 바람도 차고
날까지 어둑어둑해져 가니

곳곳마다 누비며
다녀야 하는 당신이

혹여 이 추위에 몸이라도
상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혹여 길이 미끄러워져
운전하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당신이 염려가 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씩씩하게 잘 버티어주는
당신이 너무 든든합니다

실내에서 따뜻하게
일하면서도 뭐 그리 춥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
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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