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매일 당신과 함께
오고 가는 그 길에
종일 가을비가 내리고

건너편 커피숍에
찻잔을 마주하고
창 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두 여인의
여유로움이 부럽다

이팝나무 초록잎에도
그 아래 듬성듬성 난
풀잎에도 촘촘히 둘러싼
담쟁이덩굴에도
촉촉이 스며드는
투명한 물빛들

그걸 바라보다가
또 하루가 진다

 

가을엔

가을 하늘이 네모난
창을 푸름으로 가득
채우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의 무게만큼
맑음으로 시림으로
다가섭니다

가을엔 이렇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없이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후회 없이 곱게 곱게
물들이도록


어두운 방 안

어둠이 방 안 가득 찾아와
일자 허리를 더 꼿꼿하게
합니다

벽에 기대어 멍하니
주위를 둘러봅니다
손길이 가야 할 곳 투성인데
모른 척 시선을 거둡니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청소기 끄는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삶의 소리는 늘 이렇게
소란스럽고 분주합니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자꾸만 허전해
집니다

만추

어디에 던져놓아도
물들지 않을 거라는
어이없는 자신감이
시꺼먼 먹물을 토해낸다

살아가는 일이
매일매일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다스리는 일이지만

마음의 소리에
솔직하고픈 아침이다

낙엽 지는 거리를 쓸쓸히
지나노라면 어떤 무너짐에도
의연한 나무처럼
그렇게 꼿꼿하게 살다
지고 싶어 진다.

삐져나오는 한숨에도
흔들리는 인간적이라고
이름 붙인 몹쓸 여림이란
얼마나 볼품없어 보이게 하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지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그래도 따스함이라고
변명을 해본다.

오랜만에 마주한 고독한
나와의 만남은 떠날 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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