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송이송이 하얀 꿈이
온 세상을 노크하면
가난한 시인은
가슴에 눈꽃을 피운다
점점 더 삭막하고 이기적인
쓸쓸한 세상이 되어가지만
누군가를 위해
내 마음 한 조각
기쁨으로 나누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그만 나눔 하나가
따스한 생명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추운 겨울날 자신보다
주위를 살필 줄 아는
고운 마음 하나 건네고 싶다
아뿔싸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이 따스해서
계단을 물 묻은 대걸레로
청소를 했더니 밤새
복사 냉기로 계단에
살얼음이 살짝 얼었는지
위층에 사시는 남자분이
아뿔싸 꽈당하고
출근하시다 계단에서
미끄러지셨다
한동안 넘어진 채로
꼼짝을 못 하고 계셔서
걱정스럽고 송구한 마음에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었다
다행히 훌훌 털고 일어나
출근은 하셨는데
허리는 괜찮으신지
타박상은 안 당하셨는지
하루 종일 신경 쓰인다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면 염려와
걱정 속에 이렇게 하루
종일 미안함에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정말 괜찮으실까
심히 염려가 된다
그렇게, 그렇게
때로는 내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곁에 있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고
그럴 때 감싸주는
포근한 가슴이 있어서
감사한다
기쁨도 나누고
슬픔도 나누고
겨울엔 따끈한 난로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여름엔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그렇게, 그렇게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
손 모아 장갑
손 끝이 시려서
장갑을 끼는데
늘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진다
손수 짜서 끼워준
끈 달린 손 모아
장갑과 함께
잃어버릴까 봐 달아 준
끈이 너무 싫어서
끈을 잘라달라고
떼도 썼었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찬바람 불고 겨울이 되면
그리움으로
늘 가슴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