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옛 시간

삶의 모서리에
마음 한둑이 무너지고

체념 섞인 멍한 눈으로
허전한 밤바람을 만난다

아득한 한 뼘의 어둠은
자잘한 기억 속의
그리운 옛시 간에 선다

옛사랑의 꽃향기에도
베일 가슴이 남아 있는가

억겁의 연으로
뚝뚝 힘없이 진다
꽃향기마저 잃는다

삶이 서러운 날엔
첫 마음으로 다시 피어나리

 

또 하루가

햇살이 사라진
거리에서 하루가
힘없이 진다

현기증을 일으키며
초췌한 얼굴로
허공을 맴돈다

발목까지 흥건하게
고이는 피로가

수은등 불빛에
산산이 부서진다

떠도는 바람 따라
심란한 근심 하나
맴돌다 떠나간다

정수리에서 툭툭
터지는 아픈 꽃도
피면 아름다울까


마음 하나

풋풋한 풀향기나
싱그러운 과일향은

곰삭은 그리움 같은
깨끗한 돋음 같은 것

새벽에 잠이 깨는 날엔
마음을 가동거릴 필요 없는

먼지 한 톨 없는 듯한
정갈한 영혼에 감사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남몰래 일렁이는
선연한 꽃 보랏빛
마음 하나를 빚는다

손바닥만 한 마음일지라도
촘촘히 다가서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목덜미가 시리다

기차소리에 마음이
풍선을 달고 둥둥
하늘빛 그물에 걸린다

잔잔한 호수에
나뭇잎 하나 살포시

떨어뜨린 듯한 서정적인
카펜터스의 목소리가

담백한 바람을 타고
내게로 온다

소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도 때로는
삶의 의미가 된다

뜰안길에서 만나는
근사한 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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