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친구에게

소슬한 가을밤이지만
마음이 따스하구려

가까운 곳에서 가슴이 허할 때면
언제라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어릴 적 고운 친구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든든하고 커다란 위안이 되는구려

상대방을 배려하는
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성실히 살아가는 밝은 미소가
얼마나 눈부신지 그대는

아시는가

 

외로울 땐 무엇이라도
부여잡게 되나 봅니다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서
견뎌내야 하기에

먼 후일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걸
쓸쓸히 깨닫게 될 때

외로움보다 더 큰 절망이
기다린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한 치 앞도 못 보는 불쌍한 인생이여
더 늦기 전에 잘라낼 건 잘라내고
감내해야 할 몫은 감당해야겠지요

 

 

첫 마음

첫 마음을 안고
희망차게 새 커튼을
활짝 열어봅니다

늘 맞이하는 아침의 햇살도
처음 맞는 것 같은
눈부심에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숨을 쉬면서
내발로 튼튼히
설 수 있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한 살 더 먹고 보니
새삼 느껴집니다

원대한 꿈을 펼쳐나가기보단
내 안의 나를 사랑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살뜰한 정을 베풀며

따스하고 정겨운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다림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소중합니다

밤바람 위로 올려다보는 하늘엔
헤아리기 좋을 만큼의
별들이 총총합니다

별이 있어도
하늘은 너무 깜깜합니다
그리움이 빛을 잃어가나 봅니다

자꾸만 서러운 생각에
울컥 명치끝이 시려옵니다

공허한 여름밤은
속절없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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