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들 건망증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습관처럼 비번을 누르고
즐겁게 우리 집 문턱을
들어설 때까지도
감지하지 못한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불현듯 느껴지는 불안함
뭔가가 없는 것 같다
차에 두고 온 핸드폰이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요즘 들어 이렇게
머리에 깜박등이
한 번씩 들어온다
이러다가 내 사랑도
몰라보면 어쩌나
나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게 되면 어쩌나
문득 불안해진다
정신줄 잘 잡고 살아야지
벌써부터 이러면 큰일이지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만이 아니라
지탱해주는 의욕과 체력마저
고갈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찹쌀 새알 미역국을
보양식으로 먹었다
미끄덩거리는 하얀색 새알을
헤아려가며 먹는데
불현듯 어머니 얼굴이 스친다
맛있게 드시며 좋아라
하셨을 텐데 바쁘게 살다 보니
한 번도 맛난 걸 대접해 드린
기억이 없다는 것이 죄스러울
뿐이다
받은 만큼 갚으려면
남은 세월도 모자라는데
이젠 그리움으로
남은 세월을 보내야 한다는 게
서글퍼 지기까지 한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진정 그럴까
영광된 최고의
단상에 서 있는 자는
아낌없는 찬사와
빛나는 영광으로
기쁨의 눈물을
아름답게 흘린다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한 자는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그 정도면 충분한데도
일인자의 후광에 가려져서
쓸쓸한 자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