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벌써 저만치 가네
가을이여 그대가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보려고
지친 몸으로 찾아갑니다
그대는 암흑 같은 밤에도
아직은 빛나 보이네요
조금 더 우리 곁에 머물러서
기쁨을 안겨 주려나 봐요
그대 덕분에
절망 보단 소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대가 떠난 후
한동안 어찌 살아야 하나
염려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
살아지겠거니 합니다
눈뜨자마자 그날그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한다
그다음엔 모닝커피를 챙긴다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하며
칙칙 마찰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의 여운을 즐긴다
비 갠 후의 최적의 맑음을
과시하는 환한 햇살이
베란다 가득 인사한다
햇살 좋은 쪽에 앉아
볕이라도 쪼이면
나른한 몸도 싱싱해지려나
입동도 지나고
곧 을씨년스러운 겨울이 오리라
마음의 준비보단
몸의 준비가 더 필요한
계절이겠지
사랑이 가네 가을이 가네
한해도 저물어가네
오늘도 깊어가네
옷자락이라도 잡고 싶지만
못 가게 앞을 막아서고 싶지만
그런다고 못 갈 님이 아니기에
어쩔 수없이 타는 가슴만
아프게 부여잡고 운다네
지금 가면 또 언제 오시려나
있을 때 더 곱게 담아둘걸
지나고 나면
이렇듯 후회 투성이니
어쩌란 말인가
가을은 가을스럽게 보내고
겨울은 겨울스럽게 맞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