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어머니

거울을 보다가
섬 뜻 놀랍니다

거울 속엔 내가 아닌
어머니의 얼굴이
반갑게 미소 짓습니다

세상에 무관심한듯한
처연한 눈빛에서

빈틈없어 보이는
야무진 입매에서

살며시 배어져 나오는
어머니의 향기가
반가우면서 서럽습니다

살가운 성품은 아니셨지만
속정은 누구보다
깊으신 분이셨다는 것을

내 안의 어머니를
통해서 만납니다

딸은 어머니의
인생을 닮아간다더니
진정 그러한 것 같습니다

하루를 열심히 달렸다
일하는 그 순간은

날씨가 더운 것도
마음이 무거운 것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좋고
일을 끝낸 후의
성취감은 피로를

한 번에 날려버리고도
남을 정도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나태하지 않고
늘 성실한 나 자신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해줘도 될까



어떤 실수

실수한 것이 맘에 걸려서
종일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불안 초조하고
맘이 쓰였다

잠도 안 오고
온전히 그 생각에만

꽂혀서 뒤척이다가
날이 새고 말았다

속 시원하게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하고 나니

맘이 후련하고
평화를 얻은 느낌이다

실수를 했을 땐
인정하는 단계가
어려운 것 같다

왜 바람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왜 바람에 나무들은
조용히 눕는다

사무치는 찬기 속에서
살아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고

붉게 타는
외로움을 다독이니
차라리 고맙다

슬픈 음률 하나가
눈시울 적시게 함이
이렇게 따스한 것을

물빛 젖은 허공이
이렇게 향기로운 것을

살아있음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너무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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