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 스런 가을밤의 뚝배기

을씨년스러운 밤바람에
가슴이 시려서

뜨끈한 국물로
시린 가슴을 데운다

보글보글 끓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 한 그릇에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허리띠 풀고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옹기종기 앉은 낯선 사람들의
따스한 체온으로 혼자 앉은
사람들마저 가족이 된 것 같은

덜 외롭지 않을 가게 안의
풍경은 드라마 서울의 달 같은
포근함마저 준다


고운 잎새 하나

새순으로 돋아날 때의
그 힘겨운 시간도
견뎌내야 했습니다

든든한 나무의 보호를 받으며
잔잔한 삶을 살았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너무 따스해서
마냥 행복했습니다

잠자던 감각을 깨우는
산들바람에 살랑살랑
가슴이 흔들렸습니다

가슴을 온통 빨갛게 물들이고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마지막 선물인 것을

 

가을 하늘은
그림 같은 새털구름이
이쁘게 수를 놓고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산자락엔 가슴 저미는
갈빛 사랑이 숨을 쉰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도
누군가와 이별하기에도
너무 슬픈 계절이 아닌가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면
그래도 이별해야 한다면
숙명 같은 아픔도 함께 하리라

조금씩 비워가는
모자란 듯한 부족한 듯한
달빛에 마음이 기운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레온 싸인 불빛과
팬플룻 연주가
고즈넉한 가을밤을
정겹게 해 준다

선율에 맞추어
리듬을 타면서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과 작은 여유와
소소한 행복이 지금은
그저 좋다

잔잔한 행복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마음속에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늘 밤은 소슬한 바람이
기분 좋은 저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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