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갈색 시리움

햇살은 등 뒤에서
소리 없이 부서지고

어둠은 가슴 안에서
차곡차곡 쌓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작불이라도 지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진한 시리움이
목젖을 울렁이게 한다

모두 다 떠나고 홀로 남아도
의연한 나목들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일 거야

아마도 외롭지만
속으로 인내하며

견뎌내는 거겠지
거듭나는 거겠지

어둠을 밝히며
하나둘씩 커져가는
가로등 불빛들

그 너머에 굴절된 그리움
하나 있다네

뱅글뱅글 돌아가는
네온사인 불빛 속으로
허기진 하루가 부서지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길 잃은 애타는 마음도
뜰 안으로 찾아들까

언제나 빗장 열고
기다려주는 이 있다는 걸
그대는 아시려나


문틈으로 창틈으로
들어서는 황소바람이
전신을 훑고

따스한 체온을
당당하게 훔쳐간다

반가워하지 않아도
기세 등등하다

한겨울을 어찌 보내려고
벌써 이렇게 무기력한가

머리는 띵하고
코는 자꾸 울고

약 두 알을 입에 넣고는
괜찮아질 거야

안도하는 자신이
측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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