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연가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링링링
맑고 서정적인

방울벌레 소리에
가을이 짙어간다

터질 것 같은
볼 빨간 석류가
너무 사랑스럽고

납작한 덩굴손으로
삭막한 벽 타기를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담쟁이넝쿨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긴 입 자루에
신앙 같은 사랑을

숭배하며 꽃 피우는
키 큰 해바라기의

수줍은 듯 간절함이
정갈해서 좋다


조금씩 비워가는
모자란 듯한
부족한 듯한
달빛에 마음이 기운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레온 싸인 불빛과
팬플룻 연주가
고즈넉한 가을밤을
정겹게 해 준다

선율에 맞추어
리듬을 타면서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과
작은 여유와
소소한 행복이
지금은 그저 좋다


가을 하늘은
그림 같은 새털구름이
이쁘게 수를 놓고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산자락엔 가슴 저미는
갈빛 사랑이 숨을 쉰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도
누군가와 이별하기에도
너무 슬픈 계절이 아닌가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면
그래도 이별해야 한다면
숙명 같은 아픔도

함께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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