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공원묘원

 

그날 황악산 금릉공원은
봄날처럼 따스했습니다

햇살이 가득 감싸고 피아노 선율이
잔잔히 깔린 봉안당은
평화롭기까지 하였습니다

아버님은 여전히 꽃밭에 앉으셔서
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반기며

밥은 먹었냐고 별일 없냐고
훑어보시는 듯

이승과 저승의
간격은 좁힐 순 없지만

한동안 무언의 대화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양쪽에 친구분들이 계셔서
마음이 놓입니다

그곳에서도 외롭지 않으실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기장떡

떡집을 지나는데 기장떡이 보여서
그냥 스칠 수가 없어서
하나 샀습니다

하얀 얼굴에 잣과 검은깨가
이쁘게 콕콕 박혀 있고

말랑말랑하며 술향기가 풍기는
기장떡을 시아버님이
무척 좋아하셨지요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사드렸을까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것 같다는 게
너무 죄스러워 쉬이 기장떡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살다 보면

오래 함께 살다 보면
매일매일이 절절한
사랑일 수는 없겠지만

남은 감정이 정이라도 좋고
의리라도 좋습니다

당신의 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워 보인다면

말없이 따스한 차 한잔을
건네렵니다

자다가 깨었을 때 추워서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당신을 위해
이불을 덮어줄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외로울 땐 무엇이라도
부여잡게 되나 봅니다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서
견뎌내야 하기에

먼 후일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걸
쓸쓸히 깨닫게 될 때

외로움보다 더 큰
절망이 기다린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한 치 앞도 못 보는
불쌍한 인생이여 더 늦기 전에
잘라낼 건 잘라내고 감내해야
할 몫은 감당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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