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어둠을 가르고
바닥에 입맞춤하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플라타너스 잎 두드려대더니
후드둑 낙엽 지게 만드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우산도 팽개치고
맨발로 다가서게 하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낙엽 무덤가에서 빈 가슴
가득 물오르게 하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외로울 때 대신 울어주고
서러울 때 대신 서러워하는
그대는 정녕 누구인가
떠나는 가을
가을이여 그대가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보려고
지친 몸으로 찾아갑니다
그대는 암흑 같은 밤에도
아직은 빛나 보이네요
조금 더 우리 곁에 머물러서
기쁨을 안겨 주려나 봐요
그대 덕분에
절망 보단 소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대가 떠난 후
한동안 어찌 살아야 하나
염려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
살아지겠거니 합니다
흐린 하늘이 갈빛 나무와
환상적인 조합이어라
생각의 겉만 핥는
내 맘도 조합이어라
드디어 비가 내린다
생각의 종지부를
확인이라도 하는 듯이
추적추적 쓸쓸히 도
서러움 같은 비가 내린다
생각해보니 나이만 먹었구나
그동안 무얼 했나
나이 들수록 외로워진다더니
나이 들수록 서러워진다더니
마음의 무게가 몸의 무게보다
몇 곱절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