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 잎이 진다

벚나무는 꽃만 이쁜 게
아니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만큼
잎도 흩날린다 
 

꽃이 다 지고 없어도
곱게 물든 잎새마다
햇살이 찬란히 부서진다

이파리마저 다 가버려도
당당해 보일 것 같은
벚나무에게 넋을
빼앗겨 버렸다

벚꽃 바람에 날릴 때만
소름 끼치게 좋은 줄로만 알았다

못 느끼고 지나쳤던
아까운 감정들이
이렇듯 많은 줄 몰랐다

인생은 살만한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새로운 느낌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거 보면

아침에 눈이 부어서
눈이 뜬 건지 감은 건지
느낌이 없었는데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환해 보여서 다행이다

전문가의 손이
닿은 머리 탓인지

아웃렛에서 싸게 사서
입은 옷 탓인지

이 나이에 뜬금없는
공주병 아닌 공주병도
생기는 기분 좋은 하루다

별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들이
가끔은 대단한 일들보다도
더 큰 기쁨을 가져다줄 때가 있다

과욕만 부리지 않는다면
세상은 우리를 늘
미소 지을 수 있게도 만든다



눈뜨자마자 그날그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한다

그다음엔 모닝커피를 챙긴다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하며
칙칙 마찰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의 여운을 즐긴다

비 갠 후의 최적의 맑음을
과시하는 환한 햇살이
베란다 가득 인사한다

햇살 좋은 쪽에 앉아
볕이라도 쪼이면
나른한 몸도 싱싱해지려나

입동도 지나고
곧 을씨년스러운 겨울이 오리라
마음의 준비보단
몸의 준비가 더 필요한

계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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