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가는 길에 만난 고라니

차창 밖으론 아카시아 향기가
은은하게 조심스럽게
코 끝을 간지럽힌다

오랜만에 바다가 그리워
가금 시간적인 여유가 날 때
옆 지기랑 가곤 하는 포항
호미곶을 향해 가는 길이다

우리는 둘 다 새로운 무엇보단
익숙하고 습관적인걸
선호하는 편이라 포항 가면 꼭
들르는 들길 따라서에서
해물파전이랑 된장을 먹는다

늘 가는 곳이지만 갈 적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 다른 맛
언제나 그 자리는 늘 우리를
기다리는듯하다

 

 

바람 따라왔던가
햇살이 좋아서 왔던가

배가 고파서
마을로 마실 나왔던가

한 마리 애처로운 고라니가
차에 부딪혔는지
버둥거리며 차로에서

흔들리는 눈빛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어찌해야 할까 걱정스러운 눈빛만
보내고 있는데 혼신을 다해서
숲으로 가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친 곳은 괜찮을까
도움을 주지 못한
미안한 맘만 허공을 맴돈다

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안겨다 준다

한 모금 한 모금 들이킬 때마다
입 안에 번지는 고운 향기가

가슴속까지 향긋하게 해 주고
따스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너무 달달하다

 

스피커의 촘촘한 틈으로
전해져 오는 뉴에이지
선율들이 날 위로한다

적당히 말초신경을 기분 좋게
자극하고 적당히 로맨틱하고
적당히 심취하고

선풍기 날개도 선율을 타고
조그만 집 안에서 열심히 춤을 춘다

정오의 태양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나의 반나절도 그래 저래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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