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증후군
명절이 가까워오니
찾아갈 고향이 없는 사람
고향에 찾아갈 수 없는 사람
모두 쓸쓸하기는
마찬가지다
거북이걸음으로
느릿느릿 움직이게 되는
귀성행렬도 그들에겐
부럽기만 하리라
올해 보게 되는
대보름달은 만월중에서도
꽉 찬 만월이라니
소망하는 바를
다 이루게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소에 소홀했던 지인들께
명절을 핑계 삼아
덕담을 주고받으며
안부 전할 수 있어서 훈훈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특별한 날을
그저 연례행사쯤으로
치부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부모님이 안 계신 고향은
명절이면 더 스산하다
아무도 찾는 이 없고
불 밝혀 주는 이 없다
앞마당엔 잡초만 무성하고
커다란 감나무의 감들만
지붕에 하나둘씩 정적을 깬다
칡넝쿨들은 여전히 쭉쭉
잘도 뻗었건만
누가 몰래 온다고
저리도 대문을 꽁꽁
잘도 잠가두었을까
바람이 불면 바람으로
이야기합니다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처량한 신세가 될지라도
자연이 주는 섭리대로
순응하는 법부터 터득합니다
햇살이 따가워도 햇살로
이야기합니다
가슴이 빨갛게 다 타도록
뜨겁게 포옹합니다
남들이 보든 안보든
가야 할 길을 조용히
준비하면서
소란스럽지 않게
자기 몫을 다합니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이유를 만듭니다
우리 인생도 그럴
수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