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주파수


반갑다고 말하는 낯설은 친구
누굴까 기억의 주파수를
감지해 봐도 백지상태

졸업 앨범을 오랜만에
속속들이 들추어본다
아~
흘러버린 세월만큼
나도 너도 많이도 변했구나

이렇게 풋풋하고 꿈 많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는데

기억 넘어의 빛바래져 가는 사진 속의
내 모습마저 이제는
아련하기만 하구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소중합니다

밤바람 위로 올려다보는 하늘엔

헤아리기 좋을 만큼의
별들이 총총합니다

별이 있어도 하늘은 너무 깜깜합니다
그리움이 빛을 잃어가나 봅니다

자꾸만 서러운 생각에
울컥 명치끝이 시려옵니다

공허한 가을밤은
속절없이 깊어갑니다

땀범벅이 되는 날엔
어김없이 겹쳐지는
어머니의 영상에

쉬이 땀을 닦지를 못합니다

여름이면 비 오듯
흘러내리던 땀방울로

얼룩진 어머니의 상기된 얼굴을

무엇하느라 한 번도
닦아 드리지 못했을까

삶의 무게가 그만큼
버거우셨을 텐데

우리를 위해 헌신하시며
늘 동동거리며 사셨는데
나는 무얼 해드렸던가

여름날이 짙어갈수록
마음이 알싸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순 없다
완벽을 꿈꿀 뿐이지

때로는 남의 실수를
책임져야 할 때가 있다
억울하지만 순순히 책임져주는
선함이 좋다

자기가 하는 일만
중요시하고 남이 하는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얼마나 어리석은가

흠 투성이 허술 덩어리라도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면
선 듯 그를 위해 해결사가 되리라

공과 사는 분명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따스함은
간직하고 싶다

머그컵에 넘칠 정도로
그득하게 한 잔의
블랙커피를 준비합니다

한 모금씩 마시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부드러운 향기는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전해주고는
친근하게 시간을 다독이게 합니다

하늘의 눈부신 맑음도
포옹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로움도 피어납니다

한 잔의 커피가 주는 조그만

아늑함은
하룻길을 넉넉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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