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누군가 자꾸 쳐다봅니다
부끄러워 땅만 보고 걷습니다
누군가 자꾸 따라옵니다
궁금해서 살며시 뒤돌아봅니다
오랜만에 보는 달님이여
부족한 듯 모자란 듯 덜 찬
보름달이 마음을 앗아갑니다
보름달을 그리다가
미완성된 듯한 그 어눌함이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귀뚜라미 떼들은 밤새도록
사랑 구애하느라
지칠 줄을 모르고
달빛이 쏟아질 것 같은
초연한 가을밤도
소리 없이 깊어갑니다.
사랑은 강하게 하기도
약하게 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모든 걸 갖게도
모든 걸 앗아가기도 합니다
사랑은 자유롭기가 어렵습니다
자꾸만 집착하게 만듭니다
사랑이란 미명 아래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습니다
사랑이란 맹목적이 만드는
모든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사랑 때문에 나를 망가뜨리지도
나를 파괴시키지도 마십시오
사랑으로 거듭나고
사랑 때문에 빛나 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여유 있게 처신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음을 반성합니다
나보다 남을 더 배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음을 반성합니다
내가 머물렀던 자리에
고운 향이 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음을 반성합니다
남의 아픔을 위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음을 반성합니다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임이 생각보다 앞설 때가
더 많음을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