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에 놀란 두꺼비

히말라야시다가 비를 맞고
팔을 축 늘어뜨린다

도로엔 빗소리에 놀란
두꺼비가 큰 눈을
껌뻑거리며 튀어나온다

가을비를 맞고 햇살을 받고
바람을 타고 탐스럽게
잘 익은 사과가 부끄럽게
빨갛디 빨갛다

가을비로 속이 영그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조그만 얼굴을 단장한다

잠깐 사이에 세상은
비의 천국이 된다

태풍 타파가 지나간
흔적은 중부엔 조신했다

휴일이 스쳐간
흔적도 조신하다

거리는 건조대에 널려 있고
솔나무는 솔솔솔 비를 턴다

초록 이파리들은 끝자락부터
곱게 물들여지고 있다 

급히 물들여지면
급히 떨어져야 한다는 걸
알까 모를까

천천히 물들어서
오래 버텨주길 바란다

체념의 이름으로
기억될 때까지

 

 

겨울에 내리는 눈

히말라야 시다가 눈 모자를
하얗게 쓰고는 웃네요

뾰족 지붕 위에도
주차된 차들 등에도

순백의 하얀 마음
곱게 펼쳐놓으셨네요

겨울에 내리는 눈은
마음까지 포근하게 하네요

눈이 녹기 전에
가까운 지인들께 웃으면서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겠네요

유효기간이 끝난
달력 한 장을 넘긴다

지나간 날들
흘러버린 시간들은
되돌릴 수가 없기에

추억이란 이름으로
내 인생 한편에 놓아둔다

하루 짧은 새달을
새맘으로 맞이한다

월급쟁이들에겐 2월은 이틀을
선물 받은 것 같은 달이다

선물 받으면 이유 없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듯이
그렇게 이달을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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