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어머니

 

통 크시고 조금은 무심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 선 지
자상하게 챙겨 받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어릴 적엔 모성애 넘치는
어머니를 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외식을 할 때면 내입에다 고기
한점 넣어주는 그이가
처음엔 낯설었다
괜히 누가 볼까 두리번거리곤 했다

다정하게 손잡고
아파트 주위를 산책하면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다정 병인 그이 덕분에
이젠 좀 익숙 해저 있다

 

사람마다 속내를 알고 보면
누구나 아픈 사연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사나 봅니다

누구에게라도 속시원히
털어놓으면 후련해지려나

똑같은 인생살이 살아가면서
왜 이리 아파야 하는 건지

여자의 일생은 예나 지금이나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건지

이별주 한잔을 마시고
겨울 나그네가 되어
황량한 거리를 배회합니다

 

외로울 땐 무엇이라도
부여잡게 되나 봅니다

외로움이 뼈에 사무쳐서
견뎌내야 하기에

먼 후일 그것이
썩은 동아줄이라는 걸
쓸쓸히 깨닫게 될 때

외로움보다 더 큰
절망이 기다린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한 치 앞도 못 보는
불쌍한 인생이여

더 늦기 전에
잘라낼 건 잘라내고

감내해야 할 몫은
감당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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