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우뭇가사리

어머니
잠 못 이루는 한여름밤
당신이 별미로 해주셨던
우뭇가사리가 문득 생각납니다

콩가루에 얼음 동동 띄워서
먹으면 뼛속까지 시원해졌었지요

어머니
당신은 여름을 왜 그리 타셨던지요
밤이고 낮이고 선풍기를 안고
사셨지요

어머니
당신은 국수를 무지
좋아하셨지요

입맛 없으셔서 며칠 굶으시다가도
없는 솜씨로 국수를 삶아드리면
맛있게 한 그릇 비우시곤 하셨지요

어머니
국수를 먹을 때면 지금도
당신이 생각나곤 합니다.

열대야로 사투를 벌여야 했던
긴 밤 무거운 동공을 공사 소음이
깨우는 아침

전 지역 폭염특보 7월의 끝은
수런수런 진한 커피 한잔과
쿠키로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을
보상받는다 위로받는다


8월의 시작도 만만찮으리라
벌써부터 겁이 난다

아침이 오면 곧 밤이 온다
시간도 흐르고 계절도 흐른다

여름도 그리워질 때가 있으리라
이렇게 가을을 애타 하듯이

지치고 힘들 땐
땅을 한번 내려다보자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감사할 이유가 넘치지 않은가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아무도 반겨주진 않지만

굳세게 억세게 자라나는
잡초들을 보라

무섭도록 끈질긴 생명력은
배울만 하지 않는가

교만해지고 거만 해질 땐
하늘을 한번 쳐다보라

하늘 위에 하늘 없고
하늘 아래 하늘 없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일 줄 알아야
진정한 잘남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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