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날은 폭염으로
점점 헉헉 거린다
밤이면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고
낮엔 눈을 뜨고도 멍 때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간다
여름의 노예는 되기 싫은데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정성을 다해 백일의 마음을
아름답고 고운 꽃으로
피워내는 백일홍
그녀가 나를 견디게 한다
뜨겁게 뜨겁게 사랑을 뜸 들여
아픈 꽃을 피워내는 한여름 햇살도
희망은 전봇대에 묶인 채
꼬깃꼬깃해져 가는 의욕들
특별히 건조해져 가는 감성들
나는 나를 그늘에 숨긴다
눈을 뜨는 것조차
귀찮아지는 아침이 있다
그럴 때는 머리도 감지 않고
눈곱만 겨우 떼고
술렁술렁 보내네
이런 날은 아무에게도
안 들키고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꼭 들키고 마네
숨고 싶지만 이상하게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이
더 빛나 보인다고 말하네
그렇다고 늘 그럴 수는 없겠지
그림자가 길게 지는
초저녁 끝의 스산함은
다가가면 물러서는 산 그림자
같은 사람으로 만든다
끊임없는 혼돈으로 일상은
나른하고 시간만이 황량해서
저 혼자 깊어가는 강이 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 살아가면
갈수록 산다는 것에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도 삶은 어떻게든 살아지고
어떻게는 견디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