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입니다
초인종이 울리고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택배 하나가 오후를
물음표로 채웠다
박스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누가 보낸 걸까 잘못 온건 아닐까
몇 시간을 갸우뚱갸우뚱
막내 형님이 보내준
이쁜 설빔을 입고 인증 사진도 찍고
선물은 찬바람도 시린 겨울도
따스하게 만든다
나는 참 복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믿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밑바탕은 사랑보다도
우선은 믿음이 깔려야
하는 것 같다 신뢰가 무너지니
어떤 달달한 말로도 굳어버린
마음을 녹여보려고 애쓴들
의혹이 먼저 고개를 들고
한번 닫힌 마음의 문은 쉬이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갖게
한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을
얻게 되는 일이 아닐까
물을 주는 날
행복나무에 물을 주는 날은
행복이 찰랑찰랑 악수를 건네고
소나무에 물을 주는 날은
늘 푸름이 솔솔 가슴을 흔듭니다
조그맣고 소박한
호야에 물을 주는 날은
고독한 사랑의 결실을 꿈꾸게 되고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난에 물을 주는 날은
마음이 정갈해지는 느낌입니다
금전수에 물을 주는 한 달에
한 번쯤은 욕심도 부려봅니다
화초 식구들에게 사랑을
주는 날 눈빛으로 사랑을
주고받다가
손끝으로 마음을 듬뿍 전하니
금세 화색이 돈다
윤기가 자르르 선명한 초록에
눈이 부셔라
초록 이파리 하나하나
정갈스럽게 닦아주며
주는 정 받는 정 모두
행복이여라
초보 화초 사랑 점점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