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님이여
당신을 그곳에 모시던 날엔
부끄럽게 하늘이 푸르렀지요

님이여
당신을 만나러 가는 오늘은
초록바람에 눈이 아리네요

님이여
당신은 순하게 웃으며
누구냐고 물었지요

님이여
당신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냐며
밥은 먹었냐며
비는 안 오냐며

물었지요 

님이여
당신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밤새 평안하셨는지

여쭙고 싶지만

그런 당신께
나는 말더듬이가 되지요

내려오는 길엔 습기로

가득한 유리창
세상을 습기가 스멀스멀

침범해 버리면 언제나

투명한 척
남의 마음만 들여다봐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유리창도 함께 운다

오늘만큼은 자신을 위해서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안도의 한숨을
뿌옇게 토해낸다

살아가는 일은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어느 날은 우리를
알아보시고 다정히

미소 짓는 당신이
너무 고맙습니다

어느 날은 우리를
무심한 듯 보시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다가도

욕망이나 번민들에서
자유로우신 당신이
차라리 부럽습니다

그래도 오래 버텨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당신은 우리에게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위안이 되는 보호수랍니다

 

 

4월의 대지 위에
봄비가 내린다 누군가에겐
소망의 초록비로 누군가에겐
절망의 꽃비로 물빛 머금은
새싹들이 꿈틀꿈틀 움트는 소리는
천사들의 날갯짓이어라

가장 낮은 곳에서 평화로운
자태로 흐트러지지 않은
미소를 보내는 작은 꽃잎 하나

그대가 나를 내려다보게 한다
삶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면서

조금 일찍 피어난 벚꽃은
딱 그만큼 빠르게
눈꽃 되어 흩날린다

머리에 어깨에 발끝에
사르르 사르르 마지막 흔들림도
춤추듯 아름답다

아름다운 벚꽃을 바라보며
행복한 사람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눈빛도
점점 더 향기로워진다

네모난 화폭에
지금의 우리를 담고
오늘을 기억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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