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자일리톨
외롭거나 심심할 때
아주 가끔 껌을 씹는다
조그맣고 네모난 껌을
입에 쏘~옥 넣고 씹으면
달달함이 기분 좋게 한다
단물이 빠질 때쯤이면
이쪽저쪽 정성스레
꾹꾹 눌러서 씹다 보면
자연스레 따악 딱
정겨운 소리가 나온다
어릴 적엔 껌이 왜 그리도
달고 맛있었을까
한 번 씹고 버리기가 아까워서
씹다가 벽에 붙여놓고 잠들고
깨어나자마자 다시 씹고
씹다가 잠들어 버려서
아침이면 머리에 붙어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었다
껌이 흔한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얀 여백 위를
기어 다니는 굼벵이
한 마리는 불안하다
멈춰버린 고장 난 시계추 위에서
뒤엉켜 버린 자유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언제쯤 헤어날 수 있을지
하루해는 이렇게 또
저물어가는데
허무의 껍질만
손톱으로 긁적거린다
하루 허리가
힘없이 휘어지면서
길 위의 여정을 묵묵히 접는다
푸른 청솔가지를
흔들어대던 바람도
고요 속으로 잠들어 버리고
청청한 오늘을 꿈꾸던 소망도
너풀너풀 영혼을 저울질한다
하루는 그렇게 마지막 술잔을
어둠 속에 드리운다
조금씩 비워가는
모자란 듯한 부족한 듯한
달빛에 마음이 기운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레온 싸인 불빛과
팬플룻 연주가
고즈넉한 가을밤을
정겹게 해 준다
선율에 맞추어
리듬을 타면서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과 작은 여유와
소소한 행복이 지금은
그저 좋다
흔들리고 싶어요
바람아 내게로 어서 와 줘요
정지된 화면은 너무 삭막해요
춤추고 싶어요 바람아 내게로
어서 와 줘요 햇살만 먹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건조한 대지 위에 한줄기
소나기를 어서 보내주세요
갈라져서 밑바닥까지
다 보여줬건만
얼마나 더 견뎌야
좋은 날이오려는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