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휴게소
저 아래에는 금강이 유유히 흐른다
수상스키 타는 사람들이
한차례 물보라를 일으킨다
한쌍의 두루미들이 강물 위를
산책하고 매미들이
요란스레 정적을 깬다
커다란 창엔 거미들이
대롱대롱 거미줄을 친다
강태공들은 금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낚는다 사랑을 낚는다
인생을 낚는다
소리 없이 금강에도
어둠이 내리깔린다
어디가 산인지 어디가 강인지
이렇게 또 하루가
끝나가고 있다
가을이 소리 없이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는 책 틈 사이로
연둣빛 잎 잎 사이로
금방 세수한 얼굴로
말갛게 인사한다
양볼에 와 닿는 서늘한 느낌이
살랑살랑 너무 신선하다
바람은 흔들흔들해야 바람이지
머무름은 이미 바람이 아니다
가을은 그리움의 늪
점점 더 당신 속으로 잠겨 들겠지
내 생각의 시작은 당신
내 생각의 끝도 당신
가을 당신과 함께
8월의 크리스마스를
꿈꿔본다
잘난 척 뽐내던
해님도 잠들고
땀으로 먹고사는 노역자들도
굽혔던 허리를 쭈욱 펴며
파김치가 된 육신을 도닥이며
휴우 오늘도 잘 견뎠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소리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곱디고운 맨드라미도 지쳐서 눕고
벚꽃진 벚나무 그늘 아래서
더위도 피하고 바람 따라 춤추는
초록 잎사귀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이 좋다
벚나무의 시원한 접대를 받으며
잠시라도 벚나무의 일부가 되어
바람 따라 세월 따라
리듬을 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