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평안을 위해서
당신에게로 가는 길은

언제나 그러하듯 평화로움입니다

당신이 만든 세상은 곳곳마다
이렇듯 아름다움인 것을

우리는 얼마나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건지

양볼을 스치는 건 서늘한
바람결이지만 은혜로운 말씀을
음미하며 돌아오는 길은

사랑의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펼쳐진 듯합니다

맑았다 흐렸다

우아하게 속마음 감추고
피어난 하얀 수국들과

초록 잎새 사이로 곱게
영글어가는 모과 열매의
탐스러움이 눈부시다

지칠 줄 모르는 태양의 정열은
계절의 감각을 잃어가게 하고

마지막 노래를 처절하게 부르는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애절하고 구슬프다

하늘이 바닥까지 내려앉은
비 묻은 날에는 익숙한 습관처럼
블랙커피와 쟈클린의 눈물을
준비한다

첼로 선율을 따라
이쪽저쪽 무질서하게 늘어져있는
회백색 모자이크들은
커피 잔속에 빠져들고

7월의 빨랫줄에는 축축 늘어진
영혼들로 그득하다

수줍은 듯 속살까지
핑크빛으로 곱게 물든

이쁜 복숭아를 한입 배어 물면
이뻐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스르르 빠져 본다

낮이고 밤이고 바람을 안고
있어야만 안심이 되는
한여름의 더위는
점점 기세가 등등하다

밤이면 열대야로
백 마리 잃어버린 양을
수없이 찾았다 놓쳤다 해야 하고

한여름밤의 꿈은 매미들마저
맴맴 돈다

 

 

 

지루한 여름

무거운 눈꺼풀로 거리에 나서면
건조한 언어들이 늘어진 재즈
공연을 한다

축축 엉켜가는 멍한 영혼들은
아이스커피 한 잔에
제자리를 찾는다

따가운 햇살 한가운데
섬처럼 서 있는
창백한 슬픈 사람들

여름 숲의 울창함으로
격정을 인내하고

지금은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그리울 뿐임을

얄팍한 시간들이
차가운 향기로 날린다

삶의 언저리에서
바람 끝자락이라도
질척거리며 잡고 싶다

여름날은 왜 이리 허기가 지는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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