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첩
빛바랜 사진첩을 보면서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얼굴들이 하나 두울 늘어감이
인생을 파리하게 합니다
금방이라도 옛 얼굴로
사진 속에서 툭 튀어나올 것 같은
마음인데 아직도 흘러 버린 세월은
빛바래 버린 사진이
대신 말해 줍니다
나도 언젠가는 별처럼 사라져
버리겠지 누군가에겐 그리움으로
또 다른 아픈 꽃으로
꽃 같은 기억
바람이 꽃을 더듬고 꽃 같은
기억이 가을의 깃 속으로
먼 터널을 걸어와
티 없는 맑음으로 꽃잎 잎마다
들어차 있다 차마 열어볼 수 없는
마음의 짐 하나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펼쳐볼 수 있을까
바라볼 수 있는 것만도 가슴에
불을 지피는 일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가을물 완연하게 들 때쯤
살아있음이 가슴 베이는
아픔일지라도 사랑하리라
조약돌 하나
아무리 둘러봐도
모난 구석은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는 조약돌 하나
파도에 바닷바람에
얼마나 쓸리고 쓸렸으면
이렇게 매끄럽고 둥그러졌을까
세상 풍파에 이리저리
내뜻과 무관하게 흔들리고
찌들고 수없이 휩쓸렸건만
여전히 내 맘은 뾰족하게
각이저 있다
얼마나 아파야 원만해지려나
하늘을 품은 바다도 물빛으로
울음을 토해낼 듯 삼켜버리고
삼켜버릴 듯 토해낸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에 맨발을
투명하게 적시면 전신이 짜릿하다
동그란 튜브를 목에 걸고
까르르까르르
파도처럼 웃어 젖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썰물처럼
다가온다
발바닥에 묻은 모래알을 훔치며
바다의 비릿한 향이 점점 멀어져
감을 못내 아쉬워한다
남들보다 일찍 깨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만 잠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기가 어렵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데
내 몫의 먹이나 다 챙겨 먹을 수
있을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데 아침엔 조금이라는 게
그리 만만치가 않다
깨어야 할게 관념이나 이념보다
게으름이나 늘어짐이라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