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건망증


 

어디로 갔을까

어제 빨았던 하트 양말이
어디로 갔을까

건조대에 널어주기를 바라며
꼬깃꼬깃해져 있는 너를
세탁기 안에서 발견한다.

출근길에 1층까지 내려와서야
탁자 위에 둔 핸드폰을 기억하곤
다시 6층을 누르며
폐지된 기억들을 아쉬워한다.

이렇게 하나씩 놓치며
놓친 만큼 편해져 가는

나를 본다

 

 

초점점 잃은 시선
감정을 뺀 목소리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먼지 털 듯이 툭툭
밖으로 토해낸다

여기저기 삐걱거리는
힘 빠진 육신만큼이나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고
의욕마저 상실된다

이유 없이 가까운 사람이
꼴 보기 싫어지고 이유 없이
열심히 살아온 삶이 억울하기도
하고 핸드폰이 울려도 그냥
무시하게 되고 그냥저냥

살아간다

얼마나 흐르고 흘러야
마음의 평화가 오려나




 

마음의 각질

긴 나태의 터널을 지나며
생각의 다른 온도로 쌓여만가는
무거운 마음의 각질을
벗기고 또 벗긴다

한 해 끝자락에 서면
하루하루가 아쉬움으로
호흡이 가빠지지만
늘 그래 왔듯이 차분하게
숨 고르기를 하며
다시 또 일어서련다


4시 50분

맨발에 샌들을 신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오후를 걷는다

이어폰을 끼고 잔잔히 깔리는
선율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내 중심에 맞추어 돌아가는 듯한
기분 좋은 환상에 빠지게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맑은 하늘도
하늘 그물에 걸린 깃털 같은 구름도
조금은 후덥 한 여름 바람마저도
조연인 듯한 느낌적 느낌이 좋다

4시 50분이면 어김없이
내 앞에 서는 텅 빈 버스
몇 정거장을 지나면 어느새
빈 틈 없이 가득 찬 버스 안의
풍경은 사람 냄새가 풀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10시 10분 전

매일 그 시간이면
그 거리를 지난다

피튜니아의 핑크빛 고움이
언제나 작은 기쁨을 주고

하루가 다르게 웃자라는
풀들의 풀풀함도 좋다

이어폰을 끼고 캔커피를 마시며
터덜터덜 걷는 머리 묶은 여인도
이제는 정겹다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이 주는
편안한 일상 속의 풍경들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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