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딱지 남편
껌딱지처럼 살다가
견우와 직녀가 되어
별인 듯 달인 듯 사모하는
맘으로 서로를 그리며 보낸
여러 날의 시간들
좋은 사이일수록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애틋한 존재인가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한다
들꽃
기약 없는 기다림에 평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바람결에 전해지는 당신의 낮은
숨결이라도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험난한 오르막길을 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길에 숨 고르며
건네주는 길지 않은 시선이라도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유난히 빛나진 않지만 누군가는
소박한 자리를 말없이 지켜야 한다면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꿈꿔 보자
꿈을 꾸고 꿈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은 아름답다
그 길이 비록 가시덤불 일지라도
꿈을 꾸는 사람은 빛이 난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런 과정까지도 소중하다
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쌍한가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한 번쯤 생각해보자
못 다꾼 꿈이 무엇인지
예전에 가졌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더 늦기 전에 꿈꿔 보자
어두운 방 안
어둠이 방 안 가득 찾아와
일자 허리를 더 꼿꼿하게 합니다
벽에 기대어 멍하니
주위를 둘러봅니다
손길이 가야 할 곳 투성인데
모른 척 시선을 거둡니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청소기 끄는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집니다
삶의 소리는 늘 이렇게
소란스럽고 분주합니다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자꾸만
허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