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

내 친구 하나는 감상
사진작가이며 여류 민화가

사진 속에 화폭에 자신만의
순수한 감성톤으로 인생을 담네

내 친구 하나는
동네 미용실 원장님

후덕한 인상으로 넉넉한 미소로
사람들의 머리를 멋지게
꾸며주는 가위손

내 친구 하나는
어르신들의 까막 눈을
뜨게 해주는 한글 선생님

유머러스한 어법으로
뒤늦은 일깨움을 지도하네

내 친구 하나는 늦깎이 대학생
젊은 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학구열을 불태우는 꿈을 버리지
않은 당당한 여자라네

그리고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나는 아직은 너무 부족하고
어눌한 작가 지망생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글귀가 떠오르고 자다가도
문득문득 시구가 떠오르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느끼며
갈구하며 사는 꿈을 꾸는
몽상가라네 

 

 

친구들은 말한다
어찌 그리 변함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냐고

친구들은 말한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내가 살아가는 법은
편안함과 자유로움이다

불편한 사람과는 밥 한 끼

커피 한잔
말 한마디도 아끼는 편이다

내 스타일은 지금까지
면티에 청바지 운동화다

나잇값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아직까진
바꾸고 싶진 않다

그러나 변해지는 게 있다
어느 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좋아졌다
그 트로트 특유의 간드러짐이
혼을 빼놓았다

나도 나이 들긴 들었나 보다
나 자신한테 놀랐다
세상의 음악들은

좋지 않은 게 없다
감상 취향이 다를 뿐이지
이걸 깨닫는데 반생이 필요했다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좋아지는 게 무엇일까

격 없이 허물없이 마주해도 좋은
친구가 아닐까

속을 다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고
낮 빛만 보아도 맘이 어떤지
배려해 주고 진심으로 나를
위해주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해진다


예전엔 그녀의 순수함이나 맑고
투명함이 부럽고 좋았었다

지금은 이상하게 시시하고
심드렁하다

내 영혼이 세파에 너무 물들 건지
찌든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 시절의 순수가 반생을
살아온 지금까지 똑같은 순수로
다가올 순 없으리라

세월이 흐른 만큼 나이를 먹은 만큼
많은 것이 변해있고 순수함을
바라보는 내 시각도 달라졌으니
변화도 순응하고 흐름에
따라야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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