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도돌이표
내 인생이 가끔은 너무
지루합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을
도돌이표 하는
오늘이라는 터널을
오고 가는 일이
무료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무심하게 스치는 초롱꽃
하나가 시원하게 내려주는
한줄기 장대비가 나를
견디라 합니다
계절 속에 빠진 듯
창밖을 조용히
응시한다
하루하루가 말한다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묵묵히 당당하라고
비 갠 후의 세상은
투명하고 순순합니다
맑음과 푸름을 자랑하는
오월의 하늘이 미소를 던진다
산등성이를 노랗게 물들인
금계국의 하늘거림이 휴일 오후의
나태함을 마구 흔들어댄다
간밤에 내린 비로 웃자란
초록의 싱그러움에
눈이 시리다
마음의 커튼을 걷고
가슴으로 숨을 쉽니다
그 세상 속의 나는 산소 같은 여자
잠 못 드는 어느 밤 창문을 열고
지긋이 눈을 감으면 코끝을
간지럽히는
봄밤의 정겨움 그
곁에 나도 선다
벚꽃이 가고 없는 자리엔
어느새 초록 잎들이 자리를 잡았고
내 마음 빈자리에는 하얀 철쭉이
정결하게 피어났다
키 작은 냉이꽃 한 송이가
나의 하루를 삼킨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향이 덜해서
인기가 없어지는 냉이지만
수수한 하얀 꽃이
내게는 눈부시다
화려하고 아름다워야만
눈부신 건 아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늘진 곳에
소담스레 피어있는 꽃에
마음이 더 가는 편이다
평범하고 소박한 날 닮은듯한
느낌에 자꾸 끌린다
어제 활짝 피었던 냉이꽃이 하루
사이에 시들시들해져 버렸다
어제 많이 보아둘걸 어제 사랑을
듬뿍 줄걸 후회와 죄스런 맘으로
안쓰럽게 바라본다
활짝 피었을 땐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다
시들고 보니 눈보단
맘이 더 아프다
또다시 그 자리에 시간이 흐르면
다시 피어나리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아린 건 되돌릴 수 없는
내청 춘이 아까워서인가 꽃이
안쓰러워서 인가 그렇듯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