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이슬비가 온 듯 만 듯 새색시

버선코처럼
살포시 내렸다

텃밭에 햇 파가 고개를 쑥쑥 내밀고
보리밭엔 연초록 싹트임 소리 들린다

논둑 밭둑에도 키 작은 풀들이
풀풀 머리를 흔들고

벚나무 가지가지마다 연둣빛

물오르는
소리가 기운차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몸이

움츠러든다
새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인가

고운 꽃 무더기를 피우기 위해선
거쳐야 할 마지막 난관

이쯤이야 하면서도 포근하다가
매서워지니 피부로 느껴지는
인간의 감각적인 체감온도가 더
낮은 것 같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차 한잔으로

위로하며
시린 휴일을 어루만진다

 

 

고대하는 새님을 밀어내시고

최후의 만찬을 준비한 옛사랑
미련 때문에 발길을 돌리셨나 보오

초록 틔움 그위에 봄보다 먼저

눈꽃을
피운다고 그 자리가 당신의 자리가
될 수는 없는데 어쩌누

더 초라해지기 전에 떠나시게나
아무리 미련 보여도
지나간 사랑은 죽은 것

때가 되면 새로운 사랑이

심장을 뛰게
한다네 한 발짝 뒤로 밀린 봄을
그리워하며 얇은 옷 사이로

나뭇가지
사이로 숭숭 스며드는 봄 속의

겨울바람이
나무도 우리도 몸살을 앓게 한다

아픔 뒤의 찾아올 희망찬 기운들이
꼿꼿하게 만든다

봄이여 그만 애태우고
이제는 사뿐히 오소서

 

 

독일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오랜만에 누려보는
호사스러운 영혼의 산책이었다

마지막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은
신들린 첼리스트의 연주와 함께
내 안의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뜨거운 전율과 감동이었다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있을 기쁨의
각인 같은 것이다

악기와 하나가 되어서 뿜어내는
명품 연주는 놀라운 예술세계를
맛보게 했고 진지함과 열정은
부럽기까지 하다

 

달무리가 운치 있는 밤이다
앙코르 곡으로 연주되었던
타이스의 명상을 들어보면서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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