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뜰 안의 봄
내 뜰 안의 봄은 일찌감치 찾아와
샛 초록으로 연한 바람으로
나붓나붓하여라
어쩌면 사시사철 그리 고울 지도
모를 일 소한에도 추울 일 없고
초복에도 더울 일 없어라
너무 곱기만 해서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아라 그래도 그 마음
때문에 세상 풍파 속에서도
견뎌내는가 하여라
카키색 소파에 앉아 땅거미가
스멀스멀 내려앉는 소리를
벙어리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듣는다
하루해가 또 이렇게 고즈넉이
깊어가는구나 밤은 우리에게
쉼과 휴식을 주는 고마운 존 재건만
반갑지 않은 이유는 뭔지
진한 커피 한잔에 조각난 하루의
파편들을 가미해서 들이킨다
무의식 중에라도 함부로
홀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무 편하다는 이유로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의식 중에 우리는
무심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편한 사이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오래도록 편한 사이로 지내고
싶다면 소중한 사람일수록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영원히 소중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말이다
일상을 툴툴 털어내고 잠자리에
가벼이 들고 싶건만 별거 아닌 것에
연연하는 날보고 세월이 한마디 한다
어리석은 사람아 놓으라 했건만
비우라 했건만 그게 무 어그리
어렵다고 목매는지
그렇게 살다 간
허무만이 친구로 남을 텐데
붉게 타는 외로움을 어찌 감당하려고
내려놓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는가
한 줌 흙일뿐인데
봄비
아침에 눈을 뜨니 잊고 있던
그리움이 불쑥 인사를 합니다
먼 길을 돌아 돌아 봄비로
오신 옛님을 세수도 안 하고
맞이하려니 창피하지만
말없이 떠나실 걸 알기에
그저 바라보기라도 하렵니다
기다림이 너무 길어서
조금은 야속했던 마음이
빗물에 씻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