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여름이 간다
마지막 울음을 삼키며
화려했던 삶들을 이제는 잊고
그리움의 덧문으로 나선다

가을이 온다
부드럽고 잔잔한 물빛 설렘을 안고
고운 갈빛 향으로 때 없이 우리
가슴을 흔들어 댈 것이다

벼가 익어가듯이
우리 영혼도 완숙하게
영글어가기를 기도하련다


허우룩하다
여름옷들을 하나 두울
접어 넣으면서 옷 하나하나가
안겨 주었던 삶의 온기가
낡은 옷만큼이나 따스하게
전해져 옵니다

며칠 남지 않은 덩그런 8월의
달력을 봅니다

쓸쓸함이 절굿대처럼 무심히
자리합니다
또 하루해가 스러져가고
해탈은 멀고 세월은 짧음을
허우룩하게 바라볼 뿐입니다

살랑거리는 연한 바람과
그늘 속에 숨은 햇살이
숨바꼭질을 한다
물먹는 하마가 큰 입으로
습기를 빨아버린 듯
습도도 기분 좋을 정도

여름 속의 가을이 살짝 스며든다
무엇이든 적당 하다는 건
경이롭고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사람들은 중간단계를
못 견뎌하는 사람이 많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미지근함 어중간함
표 나지 않은 중립이 이렇게 좋은걸
왜 그리 튀고 싶어 하는지
왜 그리 나서고 싶어 하는지

 

긴 여름의 마지막
몸부림인가요
떠나기 아쉬워 더 많은 햇살을
쏟아붓는 걸까요

아침부터 햇살이 강렬합니다
맑아서 너무 맑아서

부럽지만 부담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그대는 아시는지

그대 앞에 서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

두렵고 겁이 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봅니다

설마 흔적 없이
녹여버리진 않겠지요

가끔씩 바람 친구도
만나게 되겠고

가끔씩 장대비 친구도
스치기를 기대해보면서

그대에게 부족하지 않는
하루를 엮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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