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여름
무거운 눈꺼풀로 거리에 나서면
건조한 언어들이 늘어진 재즈
공연을 한다
축축 엉켜가는 멍한 영혼들은
아이스커피 한 잔에
제자리를 찾는다
따가운 햇살 한가운데 섬처럼
서 있는 창백한 슬픈 사람들
여름 숲의 울창함으로
격정을 인내하고
지금은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그리울 뿐임을
얄팍한 시간들이 차가운
향기로 날린다 삶의 언저리에서
바람 끝자락이라도
질척거리며 잡고 싶다
여름날은 왜 이리 허기가 지는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인다
아침햇살
산등성이에 진분홍빛 복숭아꽃
무더기들 아침햇살을 받으며
눈을 부비부비 이팝나무 가로수엔
싱그러운 잎들이 초록초록 싱그럽다
새로운 날엔 누구나 새 꿈을
펼치게 된다 하루라는 시간은
신이 주신 놀라운 선물
매일 마주하지만 매일 새롭다
그늘 속에 있어도 누구나
햇살을 꿈꾼다
여름이 간다 마지막 울음을
삼키며 화려했던 삶들을
이제는 잊고
그리움의 덧문으로 나선다
가을이 온다 부드럽고 잔잔한
물빛 설렘을 안고 고운 갈빛
향으로 때 없이 우리 가슴을
흔들어 댈 것이다
벼가 익어가듯이 우리 영혼도
완숙하게 영글어가기를
기도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