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자락

 

초록은 짙어가고 8월은
깊어간다 뜨거운 햇살도 이제는
조금씩 무디어가고

그렇게 그렇게 여름이 익어가면
우리들의 인내심에도
굳은살이 박이려나

천천히 조바심 내지 말고
여름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결 고운 새소리도 기분 좋게
들려오고 매미들의 합창소리도
여름을 뜨겁게 달구리라

여름날
여름날은 한줄기
장대비를 기다리는 맘으로 살아도 좋다

후덥 하고 나른했던 한나절의 열기를
식혀주기에도 충분하다

여름날은 큰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잠깐 쉬어가는
낙으로 살아도 좋다

여름날은 큰 평상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커다락 수박 쪼개 먹는
맛으로 살아도 좋다

 

 

 

8월의 시간은 더위로 지쳐간다
여름을 노래하는 매미들도
기운이 쏙 빠져버리고

잔인했던 뜨거운 햇살도
폭우 속에 부서져버린다.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나른한 육신이 버거워
헉헉거렸던 지난 여름날들을
이제는 토닥토닥 위로해준다.

수고로웠기에 꿈꿀 수 있는
릴케의 가을날 9월을 펼치며
어느새 몽상가의 눈으로
계절의 창가에 턱을 고인다.

 

누구나 곁에 있을 땐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잊게 된다

늘 애정 어린 눈빛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서

보여주었던 관심이
함께 할 때는 부담스럽더니
떠나고 나니 빈자리가 휑하다

맛있는 거 먹게 되면
잠시 수저를 늦추게 되고

밤비가 느닷없이 내려도
밤공기가 찰 텐데 하게 되고

낯선 공간에서 얼마나 그리워할까
혼자서 감당하기엔

아직 너무 어린데

또 한 번의 상처를 가슴에
품어야 하는 것도 나름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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