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정겹다
벚나무 그늘에서 잠시
일상을 달랜다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춰대는
초록 이파리들은 삼복더위에도
저렇게 때깔이 좋건만
벚나무는 양갈래로 갈라져 있다
양분은 이파리들에게 당연한 듯이
양보하고는 목마름에 허덕이며
말라가는 건가
손끝으로 만지니 가슴이 아릿하다
한줄기 소나기라도 시원 게 내려준다면
좋으련만 한여름 뙤약볕은 소리 없이
퍼붓고 있다
양지바른 풀밭 한구석에서
곧추서는 줄기에 하얀 털이
송송하고 붉은 보랏빛 미소를
던지는 그대는 누구인가
추억이란 꽃말의 꿀풀이라는
달달한 여인이라네
산기슭 무덤가에 군락을 이루어서
많이 피어나고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으며 꽃이 반쯤 마를 때 말린 후
약재로도 사용되는 꿀풀이
예쁘기만 하다
숲 속을 걷다 보면
마법이라도 걸듯이 가만히
눈을 감는다
물푸레나무가 쉬는 숲 속을
맨발로 싱그러움을 몸으로
느끼며 걷자
까슬까슬함이 적당히
자극적이라서 좋겠고
걷다가 시원한 강가에 잠시 머물러
발이라도 퐁당 담그면 마음까지
시원하겠지 맑은 물에 피라미들이
물장구를 치며 노닐고
여름날은 지치기는 쉽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음을 여민다
삶은 끝없는 나와의 전쟁인가
내 속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
낯설고 두려워 자꾸만
밀어내는데도 세상 밖으로
나가기가 아직도 자신이 없는 건가
살기 위해선 널 보내야 하는데
너는 자꾸 나라고
내 속에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