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대병원 응급실 생명 연장술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가 봅니다

생명 연장술을 선택하느냐
포기하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

생사를 넘나들며
고독하게 사투를 벌이는
당신을 그저 말없이 아프게
지켜볼 뿐입니다

선하게 95년을
살아오신 분이시니
끝 숨결까지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떠나는 날도 미리
정해져 있는 거라면
부디 덜 고통스럽게
평화롭게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부디

꺼져가는 불꽃을 바라보는 가슴은
밤새 새까맣게 타들어가
숯검댕이가 되었다

마지막 최후는 맞이하는 사람에게도
지켜봐야 하는 사람에게도
너무 버겁고 잔인한 일이다

파리한 손을 밤새 잡아주며
난 뭘 희망하는가

점점 가늘고 약해져 가는
숨결을 느끼며 함께 꺼져가는
나를 본다
부디 덜 고통스럽기를 바랄뿐

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작년 이맘 때도
이렇게 햇살이 따스했습니다

떠나는 당신의 발걸음이
덜 외로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당신 생각만 하면
가슴에 비가 내려서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한동안 당신의 부재가
믿어지지가 않아서
당신을 뵈러 가던 그 길만 가면
당신이 계실 것 같아서
서성거리곤 했습니다

일 년이 흐른 지금도
이렇게 햇살이 따스하고
이렇게 당신이 그립습니다

 

세월이 야속합니다

명절 전날이면 아침부터 동구
밖에까지 나와서 이제나 저제나
우리를 기다리셨던 아버님

철없는 우리들은 그것도 모르고
늘 어슴푸레해져야 도착하곤 했었다

왜 이리 늦게 오냐며 화를 내시다가도
금세 얼굴에 화색이 도시며
오래 있다가 가라며 좋아라
하셨던 아버님 이제는 계절도
모르시고 명절도 모르시고

병상에 누워만 계시니
뵐 때 마나 세월이 야속합니다.

 

무어라 부르리까

아들을 동생으로
며느리를 조카로

기억하는 당신을
무어라 부르리까

뵙고 돌아설 때도
무심한 듯 늘 그러시더니

오늘은 어찌 다정하게
더 놀다 가라고 잡으시나요

정이 그리우셨던가요
사람이 그리우셨던가요

오늘은 얼굴빛이 좋아 보여서
마음이 놓입니다

살갑게 손이라도 닦아드리면
흐뭇해하시는 당신께

이제는 무엇을 해 드려야 할지
송구한 마음만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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