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애상
교회 마치고 언덕 너머에 있는
친구들을 배웅해 주면서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는 날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신발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는 아스팔트 위를
첨벙첨벙 빗방울 튕기며
장난스레 걷곤 했었다
머리는 비 맞은 생쥐꼴이 되었지만
마냥 행복했었다
지금도 가끔 비 오는 날이면
맨발로 아스팔트 위를
걷고 싶은 충동이 일곤 한다
비 오는 날엔
기차 소리가 아주 친근하게 들리고
나무들의 초록 이파리들이 선명하게
살아 숨 쉬는 비 오는 날 오후엔
연거푸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고도
뭔가 허전해서 또 한 잔의 커피를
손에 잡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들이마신다
우산 없이 빗속을 거닐면서
낭만에 젖었던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그리워서
빗속을 뛰어들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지금의 나를 그래도
이해하려 애쓴다
생각 속의 나를 비집고 다니다 보면
여전히 비 오는 날엔 오펜바하의
쟈클린의 눈물을 듣게 되고
호세 펠리치아노의 rain을 듣게 된다
눈물
아베 마리아의 선율에 스르르 눈이
감기고 두 볼을 타고 흐르는 건
어떤 회한인가요 회개의 눈물인가요
오랜만에 성경책을 마음속에
펼칩니다
나약해지면 당신에게 기대려 하는
어쩔 수 없는 여린 인간인 것을
당신 품은 이렇게 늘 따스한 것을
방자한 생각들이 나를 파괴함을
왜 몰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