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파세요
고물 파세요 고물 파세요
고물상 아저씨의 투박한 목소리가
영혼을 깨운다
헐겁고 낡아서
여기저기 삐거덕거리는
힘 빠지고 늘어진 가여운 육신은
고물 파세요 소리에
이유 없이 아프다
아직은 괜찮아 스스로 위로하며
초여름날의 만만치 않은
햇살 속을 걷는다
먼산까지 훤히 보이는
맑고 투명한 정오의 햇살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금계국을 춤추게 하고
개양귀비도 흔들리게 하는
은근한 바람은 좋다
잎사귀 사이에서 이쁜 꽃을
피워대는 접시꽃의 소박한
미소가 다디달고
아주 나지막한 곳에서
수수한 마음을 전하는
채송화의 앙증맞은 자태에서
작은 속삭임의 위대한 생명력에
무한한 감탄사를 보낸다
아침햇살이 강렬합니다
맑아서 너무 맑아서
부럽지만 부담스럽기까지
하다는 걸 그대는 아시는지
그대 앞에 서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
두렵고 겁이 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봅니다
설마 흔적 없이
녹여버리진 않겠지요
가끔씩 바람 친구도
만나게 되겠고
가끔씩 장대비 친구도
스치기를 기대해보면서
그대에게 부족하지 않는
하루를 엮어보렵니다
눈을 뜨기가 귀찮아서
무심히 아침을 맞는다
낯선 세상이 눈앞에 보인다
아침햇살은 한결같이
다정도 하여라
너무 고마워
이유 없이 울컥한다
게으른 사람에게나
부지런한 사람에게나
아침은 친절하여라
절망을 넘어서 무딤을 넘어서
바라봐주는 정겨운 오늘이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