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성공 축하금 오만 원

부스스한 눈으로 베란다에 앉아
담배 한 개비 입에 물고
허공에 허무를 뿜어대면서
아침을 여는 당신의 뒷모습은
오래 묵은 관습처럼 늘 내게는
익숙한 근심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머리맡에 뜯지 않은
네모난 담배와 라이터가 주인을 잃고
그림자처럼 누워있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오늘은 어제 힘겹게 견뎠던 시간이
아까워서...
내일은 또 어제의 시간이
아까워서....
니코틴이 몸속에서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가끔은 삶의
의욕마저 함께 빠져나간 듯
초점 잃은 공허한 눈동자로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할 때 그저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육 개월을 잘 견뎌서
니코틴이 완전히 빠져나간 날
보건소에서 받은 금연 성공 축하금
오만 원을 환하게 웃으며 내미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건강검진받는 날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건강에 자신이 없어지고
겁이 많아지는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무거운 몸과 빈 속으로
건강검진센터를 찾았다

늘어난 몸무게와
조금 줄어든 키 불룩 나온 배는
쓸쓸한 중년의 회한인가

혈관을 뚫고
들어오는 주사기가
따끔하게 정신 차리게 하고

몸 구석구석 찍어대는
사진 촬영에 점점 멍해간다

수면에서 조금은 덜 깬
몽롱한 눈으로 만난
건강한 위 사진은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힘들 땐 괜찮은 척 애쓰지 말아요
힘들다고 편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우리는 가족이니까

지칠 땐 모든 걸 내려놓아 보아요
잠시라도 내 어깨에 기대어
쉬도록 해요 우리는 가족이니까

슬플 땐 애써 미소 지으려
하지 말아요 미소 속에 어린
그림자가 너무 아파요 우리는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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